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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 없는 마을 상명리를 아시나요?”
    [변화의 제주, 그 현장을 간다]①한림읍 상명리
    ‘대문 없는 마을 만들기’에 주민 120가구 ‘어깨동무’

    동영상 자료화면

    전국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와 많은 지역마다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명품마을'을 내세우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는 ‘성공’한 마을 만들기와 ‘실패’한 마을 만들기로 나타난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역시 ‘지역주민의 헌신적 참여’와 ‘성실한 지역 리더’의 유무(有無)에 있다. <제주의 소리>가 2007년 연초부터 기획연재로 전국은 물론 일본의 해외사례에 이르기까지 ‘주민 주도’의 성공한 마을들을 소개해왔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에 맞아 이번에는 변화하고 있는 제주지역의 현장을 찾는다. <편집자>

    상명리의 ‘대문 없는 마을 만들기’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上明里). 최근 제주내 어느 마을보다도 주목받고 있는 마을이다. 주민들의 총의로 과거로 회귀할 것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냥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담보한 과거로 주민 모두가 어깨동무하고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1차 산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상명리가 한미FTA 등 농산물 개방에 따른 주민들의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관광산업과 연계된 자구책을 모색하던 중 ‘대문 없는 마을’을 표방하기로 하고, 굳게 닫혀 있던 철제 대문을 헐어내고 있다.

    대신 제주전통 가옥의 ‘정낭’을 마을 집집마다 설치해 관광객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명리는 주민 250여명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제주의 전형적인 중산간 농촌 마을이다. 주민등록상 주소가 등재된 주민은 약 500여명에 달하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직장 등으로 실제 거주 주민은 채 반밖에 되지 않는다.

    여느 농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상명리도 50대 이상 장년층과 60대 이상 노인들이 거주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주민들이 나이 들었다고 해서 생각조차 케케묵고 낡은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마을발전 방안을 모색하던 중 ‘대문 없는 마을’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 아이디어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잠시 묻히는 듯 했으나 지난 3월 마을총회에서 전격적으로 의결하는 ‘젊음’을 과시했다.

    주민들은 무겁고 갑갑했던 철제 대문들을 걷어 내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정낭을 집집마다 세우기로 했다. 마을 전체 130가구 중 120가구가 이처럼 대문을 없애는데 기꺼이 동의했다. 오는 8월말까지 사업을 완료하였다.

    내친김에 문패도 아예 맷돌에다 새겨서 울타리에 세워 놓기로 했다. 그리고 365일 태극기가 휘날리는 대한민국의 대표(?)마을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대문을 일찌감치 없애고 정낭을 세운 주민 좌창성(50)가 이렇게 말했다. “대문이 무사 필요 허우꽈?(대문이 왜 필요합니까?)”라며 대문 대신 정자를 세우니 옛 정취도 나고 돌담과 어우러져서 좋단다.

    좌 씨에게 ‘그래도 옛날과 달리 도둑도 있고 대문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슬쩍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좌 씨는 “도둑이사 대문있다고 안들어 오카?(도둑이야 대문있다고 안들어 오나?)”면서 대문이 있을 때는 마을길을 그냥 지나치던 주민들이 대문 대신 정낭이 있어 서로 인사도 건네고 안부도 묻게 되는 등 ‘소통’과 ‘신뢰’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예부터 제주사람들은 근면·절약하는 ‘조냥’ 정신과 협동, 상부상조하는 ‘수눌음’의 정신을 미풍양속으로 이어왔다. 그리하여 대문·도둑·거지가 없다는 ‘삼무(三無)의 섬’으로 살아왔다.

    상명리의 ‘대문 없는 마을 만들기’사업은 바로 그런 제주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주민 스스로의 선택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처음으로 대문 없는 마을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부터 주민들이 호응이 컸던 것은 아니다. 많은 주민들이 ‘멀쩡한 대문을 뭐 하러 없애나?’는 반응이었단다.

    심지어는 비싼 돈을 들여 으리으리(?)한 철제대문을 세워 놓은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주민도 있었기에 참여가 쉽지 않았다.

    그런 주민들을 수개월 동안 일일이 만나서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헌신적인 지역의 ‘리더’가 있었다. 장석진(48) 상명리장이다. 타 지역의 성공한 지역 만들기 사례에서 보듯 ‘헌신적 주민참여’와 ‘성실한 지역리더’라는 두 수레바퀴와 같은 필수 조건을 상명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 볼 수 있다.

     
    상명리 CEO는 우리 마을 이장 = 장석진 이장은 상명리에서 나고 자랐다. 상명리 토박이다. 스스로를 우물안 개구리라고 표현하지만 그는 ‘대문없는 마을 만들기’를 처음 제안한 당사자이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몇 번이고 만나 끝내 설득해낸 주민자치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마을 CEO다.

    장 이장은 말한다. “이젠 바뀌어야 산다”고. 장 이장은 “대기업과 대자본이 들어와서 마을을 개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주민 스스로의 힘에 의해, 주민사업에 의해 소득이 창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지금도 보리농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장 이장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주민 대다수가 농업과 축산 등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상명을 대표해 팔아먹을 변변한 특산품도 하나 없는 것이 상명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명리 주민들은 밀감, 보리, 콩, 조, 양배추, 마늘 등 할 수 있는 밭농사 작물은 다 농사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 돼지, 닭 등 축산과 양계까지 한다. 장 이장은 이에 대해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하는 농사라기 보단 그냥 하던 농사여서 하는 것”이라며 “1차 산업과 연계해 우리 마을에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생각해낸 것이 ‘대문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